회사의 언어를 바꾼지 6개월정도가 지났다.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는, 1년 반정도가 되어간다. 참 재밌는 점은, 학교 다닐때 미래는 번역기가 나올건데 왜 영어를 해야하냐던 내가 정말 열성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번역기의 수준이 AI를 통해 획기적으로 올라갔고, 거의 동시 통역까지 가능해졌으나 역설적으로 난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다.
억지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간 영어 학원을 단어 외우기 싫어서 탈출하던 시절, 아무도 왜 영어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면 이야기해줬지만,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 있다. 어떤 이유였건, 어릴 적에 왜 영어를 해야하는지를 알았다면 훨씬 더 재밌게 공부를 했을것 같다.
특히 나는 이유가 중요한 사람인데, 영어를 했을 때 사귈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기회들이 영어를 싫어하던 내 생각을 바꾸게 했다. 생택쥐페리의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에 격히 공감한다.
요새 영어로 업무를 하다 보면, 한글로 업무를 했을 때보다 효율이 확실히 떨어지는걸 느낀다. 읽는 속도는 정량적으로 측정해보니 한글의 20% 수준이고, 이해도까지 감안하면 10%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도 30% ~ 50% 정도라고 생각한다. 실력이 조금 늘었다 싶어서 자신감이 생기면 어느새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이 보여 절망하고를 반복한다.
지지난주에는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나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장점은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면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는 점이라 생각한다. 비즈니스를 누구보다 잘 하고 싶은 내 목표 하에서는 어차피 인구가 줄어가서 한국서 팀원을 구하기 어려워질거고, 글로벌로 사업을 바라보지 않는 내수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도록 한다. 혹자는 한국서부터 다 갖추어 두고 시작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렇게 작은 회사를 영어로 바꾸는것도 매우 힘든데 큰 회사의 언어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게임, 공부 등 어떤 성취를 이루던간에 항상 느꼈던 더닝크루거 효과를 되새긴다.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처음 오히려 실력이 없을 때 자신감이 넘치다가 발전할수록 자주 절망을 느낀 적이 많았다. 아는게 많아질수록 더 잘하는 사람들, 더 높은 수준이 보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를 할 때도 내가 참 잘한다 생각했는데 실버의 벽을 한참 넘지 못하던 때가 있었고 공부도 잘한다 생각했는데 대회에서 번번히 고비를 마신 적도 많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절망감을 오히려 깨달음의 비탈길 / 지속가능성의 고원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