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무실 이사를 준비하며 문제가 된건 책이다. 10년간 모아온 책 수를 대략 헤아려 보니 5천권 정도였다. 돈도 없고 처분을 할까 고민했지만, 포기하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생각이 복잡하지만, 원인을 잘 모르겠을 때 서점에 가곤 한다. 보통 교보문고나 알라딘 중고매장을 애정하는 편인데, 알라딘은 다양한 동네로 / 책 배열이 바뀌었을만 할때 들리곤 하고 교보문고는 새로 나온 책이 궁금할때 들린다.
서점에 가면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쏘다니며 책들을 훑는다. 소설, 에세이, 사회, 금융, 컴퓨터 등.. 그러다 보면 끌리는 책이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5권에서 10권정도의 책을 보통 구입하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입한 책들을 보면 내가 무엇에 대해 고민을 하는지, 어떤 것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 역으로 깨달을수 있게 된다. 서점에는 워낙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다보니 끌림이 하나도 없는 날은 없었다.
이렇게 책을 구입하면, 보통은 10% ~ 20%의 책은 구입한 날부터 다음주까지 읽고 또다른 10%~ 20%의 책은 그 다음주부터 1년 내, 10%는 정말 뜬금없이 눈에 다시 들어올 때, 50%는 읽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전공서나 어려운 책들을 많이 산 경우는 이 비율이 조금 더 떨어지게 된다.
사무실에 손님이 놀러오면 다 읽은 책인지 물어보곤 하는데, 이런 이유로 꽂혀있는 책들의 60% 정도는 나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이번에 책을 다 내다버릴지 고민하면서 느낀 것은 이 책들이 내 뇌의 확장판이란 것이다. 5천권의 책 하나하나는 내가 특정 시기에 구입한 특정한 이유가 있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더라도 그 맥락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래서 새로운 책들을 구입하러 다니는 것 이상으로, 기존에 내가 사둔 책들을 둘러보면 서점에 가는 것에 미니 버전으로 내 고민과 관심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책에서 얻는 지식뿐 아니라, 내 마음을 자각하고, 결단하고, 움직일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책 정리를 할때, 모든 책 제목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을 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생각이 솟아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